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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로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 수가 2만3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탈북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선 이후 불과 7개월여 만에 3000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빠른 증가 속도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가 다시 미국·영국 등 3국행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증가하는 탈북자들의 3국행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탈북자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려대 대학원 언론학과 오원환씨는 박사 학위논문에서 한국을 거쳐 3국으로 건너간 이른바 ‘탈남 청년’ 12명과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 11명을 면담해 이들의 정체성 의식과 탈남 현상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탈남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신자유주의 질서에서는 노동을 시장의 규율하에 두게 되므로 국가의 정착지원을 받는 탈북자에 대한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뿌리가 신자유주의에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이 탈북자의 탈남행렬을 단순히 탈북자의 ‘도덕적 해이’로 잘못 규정하고 있다고 오씨는 비판했다. 그의 분석에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측면이 있다. 그는 탈북자 중 약 10%가 탈남했다고 추산했다.

우리는 탈북자가 급격히 늘어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들의 정착 능력 향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왔다. 우리가 탈북자를 타자화해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주의 체제에 살아온 그들에게 신자유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에 적응할 것만 강요해온 것이다. 오씨가 면담한 어느 탈남 청년의 말처럼 “남한 사람이 한 발 걸을 때 열 발 걸어야 살 수 있다”고 다그치는 경쟁만능의 사회에서 탈북자들이 심한 이질감과 열패감으로 3국으로 또다시 망명길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독일이 1989년 통일될 때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온 이탈자는 무려 46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3국행을 택한 이는 극소수다. 반면 우리는 탈북자 수가 2만명을 간신히 넘어선 상황에서 약 10%가 3국행을 선택한다. 탈북자 대책에 문제가 많음을 보여준다. 긴 탈남행렬은 기존 탈북자 정책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과거 서독의 동독 이탈자 정책이 시사점을 준다. 서독은 이들을 타자화하기보다는 복지제도와 같은 전반적인 사회적 수용능력을 확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탈자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서독을 우리가 당장 본받기는 힘들다. 하지만 탈북자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장·단기 대책을 세운다면 탈남행렬을 최소화할 수 있을 성싶다.


출처 : 인터넷 경향신문 2011년 8월 16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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